강원도 화천군 서오지리 연꽃단지의 연꽃[사진= 화천군 홈페이지]
연(蓮)은 연꽃(蓮花:연화)이라는 용어로 통하여 사용했으며, 한편 부용화(芙蓉花)라고도 하는데 고대 우리 한민족이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죽으면 선계(仙界)나 천상(天上)에 태어나는데 푸른 빛깔 부용화가 항상 만개(滿開)하여 있다고 전해 온다. 연의 서식지는 3급수 정도로 보이는 저수지나 연못 큰물고랑에서 산다. 꽃은 분홍빛깔과 흰빛깔이 있다. (연의 종류 수련(水蓮)은 큰 연이 사는 곳과 비슷하지만 모양은 다르다. 꽃도 분홍빛깔, 흰빛깔, 남색빛깔, 노란빛깔 등 다양하다.)
연의 잎과 줄기와 뿌리는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 줄기는 엷은 연두빛깔이며 뿌리는 하얀 빛깔이며 한결같이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산다. 연의 모습과 삶을 살펴보면 잎은 푸른 빛깔을 띄우며 크기는 애기우산만 하며 줄기는 엷은 연두 빛깔인데 총대에 잔가시가 촘촘하게 돋아나 있어 살갗에 스치면 생채기가 나며, 뿌리는 진흙 속에서 옆으로 길게 뻗어 가는데 굵기는 한손아귀가 넘치는 것도 있지만 주변 환경이 알맞지 않아 새끼손가락 굵기 만한 것도 있다. 그러나 생태환경이 나빠서 죽는 상황은 거의 없다.
물은 고여 있으면 썩는다. 그래서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저수지나 호수나 연못에 연을 심어 물을 정화하며 풍치도 즐긴다. 2급수 3급수 물은 여러 종류 물고기와 각종 곤충과 물속 식물들이 살기에 알맞다. 동식물의 대가족이 한 물속에서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세상을 열어 놓았다. 흰 꽃은 우아하여 성자나 선비의 모습을 닮았고, 연분홍 꽃은 단아하게 피어 여성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예전엔 선녀가 관음보살을 상징하기도 하였다. 연꽃은 빗물이나 흙탕물이 퉁겨도 이내 흘려버려 청정한 지조와 절개를 지킨다고 하여 8군자(君子)가운데 하나로 치세워 높이 칭송해 왔다.
꽃향기는 입이 반쯤 열리면 사방으로 풍기기 시작하는데 잎을 지운 뒤에까지 씨방에 심어놓은 향기를 은은하게 풍긴다. 연꽃은 시들어 검게 변해버린 흉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한 꽃잎, 두 꽃잎 서너 꽃잎 떨어져 조각배처럼 떠다니다가 흔적 없이 슬쩍 사라진다. 잎은 푸른 빛깔을 하늘 같이 존중하다가 삶을 마감할 땐 화려했던 여름날 기억을 담아 흙빛으로 박제가 되어 꼿꼿하게 서 있다. 무서리가 내리어 식물들이 잎을 지운 뒤에까지 남아 권력은 십년을 가지 않는다(權不十年:권불십년)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꽃잎과 잎의 윗면은 물 한 방울 붙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이내 흘려버린다. 깨끗한 흰 백지처럼 청정함이 극치를 보여주어 성자의 욕심 없는 마음, 무소유를 읽게 한다. 그러니 잎의 아랫면과 줄기는 스펀지처럼 무엇이든지 흡수하여 내버리는 것이 없다. 이런 특수성이 물을 정화하기도 하지만 물속에 떠 있는 친환경 부유물들이 붙어 있어 지저분하다. 그것은 한 중생, 한 생명도 버리지 않고 크게 관심을 두어 제도한다는 대승적 원력이나 봉사정신을 보는 듯하여 더럽다고 타박할 것만은 아닌듯하다. 뿌리를 날것으로 먹으면 씹는 맛만 느낄 뿐 백지처럼 하얀 맛이다. 그러나 엿물과 간장을 넣고 알맞게 조리를 하면 감칠맛과 사각거리는 식감이 일품이다. 먹고 난 뒤에 입안에 잔 즙이 남아 있지 않아 다른 반찬을 맛보는데도 아무런 지장이 없어 뒷맛이 상쾌하다. 이런 현상을 수행이나 신앙의 가피력이라고나 할까!
연꽃이라는 용어는 맨 처음 불교에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성자의 꽃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더러운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지만 꽃은 항상 깨끗하다'고 하여 연꽃의 모습과 생태계를 성자의 모습으로 존중하는 것이다.
마음은 허공처럼 호수의 물처럼 걸림 없이 자유롭고 맑은 마음에 뜻을 두어 온누리를 감싸고도 남는 포용력을 읽게 한다. 흙탕물의 주범인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삶을 이어가면서 주변을 정화하여 고통을 덜어주고 그 어떤 달콤한 유혹도 받아들이지 않는 연꽃과 푸른 잎을 보면서 한여름 무더운 근심 덩어리를 날려 보낸다.
연꽃의 삶이란 시를 소개한다.
억만겁 동안 쌓인 죄악들 / 찰진흙 같이 주물러서 / 아니가는 곳 없어/한순간 한순간 탑을 쌓으며 / 뿌리내리는 곳곳마다 피운 / 파아란 잎사귀 푸른 빛을 따라 / 한방울 욕심도 드리우지 않고 / 부유물을 거두고 소원만을 향해 / 천상에 피는 연분홍빛깔 새하얀 빛깔 꽃잎 / 노오란 황금수술 왕관을 쓴 / 까아만 씨방처럼 영근 인연들 / 하늬 바람 타고 가없이 날으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