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산 문화제’를 좀 더 확장시키기 위해 예산심의 과정에서 증액을 요구했다. 그런데 그것이 초안산과 공릉동 궁중문화제로 나뉘어 각각 1,500만원씩의 예산이 배정되었다. 시비는 3,000만원이 예상되었으나 2,200만원이 내려와 있는 상황. 최대 난제에 부딪힌 축제준비. 최병우 팀장은 이의 해결을 위해 대책회의를 진행했고, 회의 끝에 초안산과 공릉동의 문화제를 묶기로 했다고 한다. 두 개의 사업을 묶다보니 좀 더 의미있는 일을 진행해보자는 요구가 들어왔고, ‘어가행렬’을 해보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보통의 어가행렬은 억대의 예산이 필요한 일이었고, 약식으로 한다고 해도 5~6천만원이라는 예산이 필요할뿐더러 처음 치러보는 일이라 보통 일이 아니었다.
기획사나 수원 화성 능행을 진행했던 업체들을 찾아가 문의를 해보았는데 이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들이 요구되었고, 이제부터 최병우 팀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고군분투가 시작되었다. 성북구에 있는 예문관을 찾아 적은 예산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구립민속예술단의 이용신 단장의 경험을 힘입어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무엇을 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는 조언에 따라 규모를 정했고, 조선시대 어가행렬에 관한 논문을 찾아 100여명으로 가능한 틀을 짰다. 어가행렬이라는 모티브가 부여된 곳이 서울에서는 없는 상황이라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만 하는 상황.
시중부터 어의, 병권, 기, 장수 등 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을 정하고, 남양주 셋트장으로 달려갔다. 그에 맞는 옷을 빌리기위해서다. 참여인원 1명당 대여하는 비용이 1만원 정도로 잡아야 하는데 그곳은 옷만 빌려주는 곳이라 장비, 말, 의상 등을 따로따로 구입해야 했다. 처음 협의한 금액으로 가능하지 않게 되어 협상을 위한 발품도 많이 팔았다. 결국 안되면 밥을 안먹겠다는 심정으로 협상을 했고, 결국 1,500만원의 예산에 맞게 합의를 봤다.
주민들의 참여, 어가행렬 참여자가 가장 중요
“어가행렬 참여자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라고 최병우 팀장은 말한다. 가장 중요한 행렬 참여자를 위해 학교의 협조를 얻고자 했으나 학교는 시험기간이라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몸집이 작아 무거운 깃발을 들거나 옷을 입고 행렬을 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다보니 노원구에 있는 223연대 예비군 훈련하는 곳이 있어 도움을 요청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을 나가는 시기라 2주간 연락이 되지 않았고, 뭔지 내용을 알아야 협조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에 메일도 안되는 곳이라 계획서를 가지고 부랴부랴 달려갔다. 계획서를 읽고 난 후 협조해주겠다는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고, 군인 77명의 인원이 확보됐다. 나머지 33명은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통해 해결했다. 어가행렬도를 보며 인력을 배치, 무거운 것을 들거나 힘든 일은 협조를 나온 군인들이 그 역할을 흔쾌히 맡아줬고, 김병조 선생이 왕으로 기꺼이 지역주민과 함께 해줬다.
노원구립민속예술단과 마들농요회에서도 행렬에 함께 해 그 의미를 더해줬다.
모든 연령대가 참여하는 행사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부대행사 기획
모든 축제는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고 함께 기뻐해주는 주민들이 주인공이다. 많은 주민들이 함께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늘 오던 사람만 오거나 초안산 제례였던 탓에 어르신의 참여만 높았던 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머리를 맞댔다. 어의진료, 관상체험, 전통장군복 등을 입고 할 수 있는 포토존 설치 등을 마련했고, 한 쪽에 마련돼있는 먹거리 장터와 물품 장터를 이용할 수 있는 노원통보를 만들어 유통시켜 색다른 재미을 주었다. 노원시립청소년수련관의 협조를 받아 트로트 가요제를 열어 청소년의 참여를 유도했고, 노원문화원의 협조로 글짓기, 그림그리기 대회를 열어 어린이와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해 그야말로 모든 연령대가 참여하는 흥겨운 축제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시간 맞추기가 관건
정확한 시간에 어가행렬 퍼포먼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최병우 팀장은“실제로 해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각각의 장소에서 소요될 시간을 정하고,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버스를 타고 이동해 다시 정렬을 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매 단위마다의 시간소요를 상세하게 세분하여 진행했는데 교통사고가 나지는 않을까도 걱정이 됐고, 차로를 통제하는 동안 차가 지체되는 일이 생겨 민원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도 민원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가행렬을 보는 것만으로 즐거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맞추는 것, 교통사고, 사거리에서 행렬이 나눠짐, 말이 순순히 움직여 줄지 등이 가장 걱정이었다.
현장에서는 웃지 못할 급박한 상황이어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행렬 도중 말이 변을 본 것이다. 만약 재빠르게 치우지 못하면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밖에 없어 현장에 있던 직원이 달려가 손으로 직접 치우는 헤프닝이 있었던 것이다.
행렬 뿐 아니라 본 행사장의 준비상황도 계속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 하루종일 소리를 질러 아직까지도 목이 쉰 것이 낫지를 않았다.
좋은 사례가 되어 앞으로도 지역의 훌륭한 축제가 되길
적은 예산으로 좌충우돌하면서 만들어 낸 축제였다. 명칭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서부터 행렬구간이 변경되기도 했고, 전례가 없어 하나하나 다 만들어낸 축제였다. 취타대의 경우 신발을 신고 그 긴 행렬을 걷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구립민속예술단과 마들농요, 취타대, 군인 들이 이번 행사에 가장 큰 공헌자라고 생각한다. 기능인력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자원봉사자들이 아낌없는 봉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멋진 축제가 만들어 질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묵묵히 함께 일해 준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더할 나위 없다.
올 해 첫 축제가 나름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자평해도 될는지 모르겠으나 정말 멋있다고 좋아해주는 주민들의 모습이 가장 큰 보람이었다. 해마다 더욱 발전하는 축제가 되어 지역주민이 즐길 수 있는,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