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초안산 분묘군, 부실복원 논란으로 주민 외면
주민들 “가치 있는 비석, 석재 따로 이전 보존해야”
봉분 다양성 상실, 원형 보존만이 답인가?
도봉구(구청장 오언석)에 위치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440호 초안산 분묘군의 보존·관리 방안에 대해 부실복원이라는 논란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안산 분묘군은 조선시대 300여 년에 걸쳐 조성된 1,000여 기의 분묘가 분포한 곳으로, 신분별로 다양한 형태를 띠는 무덤들이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어 2002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도봉구와 노원구에 걸쳐 6개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노원구 월계동의 내시 및 궁인 묘역이 대표적이다. 도봉구 창동에는 순흥안씨, 태안이씨 등의 문중 묘역이 자리잡고 있다.
도봉구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창동 일대 문화재 구역에서 79기의 무덤을 대상으로 긴급 보수정비 공사를 실시했다.
이 공사에 대해 초안산가꾸기 운동본부의 장귀용 대표는 “지난 해 도봉구가 진행한 긴급 보수정비 공사 과정에서 발굴조사 없이 일괄적인 봉분 복원이 이루어져 문화재의 역사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대별, 신분별 다양한 분묘가 존재함에도 발굴조사 없이 일괄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봉분을 조성, ▶수백 년생 수목의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 ▶지역주민 의견수렴 절차 미흡(공청회 미실시), ▶도심 희귀 조류 서식지 파괴 등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짚었다.
장귀용 대표는 “도봉구청 문화체육과에서는 전문가 자문을 받아 비석과 상석 등의 위치를 바로잡은 정도라고 설명했다.”면서 “그러나 직접 가서 보면 실제 복원된 분묘들은 신분이나 연대와 무관하게 동일한 크기로 재조성됐다. 비석과 상석이 없는 봉분도 많은데, 천편일률적으로 복원을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도봉구 창동 일대 문중 묘역의 경우 전국적으로 흔히 발견되는 일반적인 문중 묘역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사적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해당 묘역은 후손들이 관리 권한을 포기하면서 소유권이 타인에게 넘어간 경우도 많았으며, 사적 지정 이후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전문적인 연구나 조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장귀용 대표는 “국가유산청과 지자체는 초안산 일대 사유지 매입을 위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총 502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국비, 353억원 지방비 150억 원이다. 등기부등본을 조회해보면 이번에 부실 복원 논란이 빚어진 문중묘역과 장인묘역 모두 문중이 아닌 개인소유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매매로 취득한 개인 땅을 서울시가 세금을 들여서 사들인 것이다.”라고 했다.
장귀용 대표는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고고학 전문가에 문의한 결과
▶정밀 발굴조사를 통한 유구 내 부장품과 묘실의 문화·역사적 가치 확인, ▶가치 있는 비석과 상석의 별도 이전, 보존,▶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원형보존’에서 ‘이전보존’방식으로의 전환, ▶지역주민 의견수렴을 통한 문화재 보존과 활용방안 모색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주셨다”며“1,000기에 가까운 분묘는 복원보다는 정밀 조사를 거쳐 이전보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에 오언석 구청장은 “주민들의 민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다. 지금 현재 분묘군 재정비를 위한 정밀조사를 하기 위해 특교금을 신청한 상태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 내부적으로 법률검토를 시작했고, 적극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도봉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생각이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복원 정비 사업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며 “초안산 분묘군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한 새로운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유산청과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초안산꾸미기운동본부측은 초안산 분묘군 부실논란과 관련해 관심을 가지고 구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가겠다고 했다.
윤은자 기자 yej388@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