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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마다 3~4명 제자 길러
3번의 전시회를 통해
‘사단법인 서울시미술협회’ 정식 작가로 입문시켜
일본 현대도자기산업의 눈부신 발전 중심에는 일본 모리쓰케라는 음식문화가 있다.
모리쓰케란 멋진 도자기그릇에 요리를 예술성을 가미해 조화롭게 꾸민다는 말이다.
일본은 아무리 조그만 식당의 식기들도 대부분 도자기를 쓴다. 이런 그들의 식문화가 바탕이 되어 현대 일본의 도자기는 전 세계인들에게 인정받고 고가에 팔리고 있다. 그들은 절대 미각과 예술적 감각으로 요리와 그릇에 대한 인식을 송두리째 바꿈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도자기 문화를 꽃피운 것이다. 현대 일본도자기 산업을 세계에 꽃 피우게 한 이면에는 현대 일본도자기의 국보 ‘기타오지 로산진’이 있다.
우리도 세계 시장에서 도자기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일본처럼 음식문화가 바탕이 된 새로운 감각의 실용도자기 문화가 구현돼야 한다. 우리 몸속에 녹아 있는 조상의 DNA를 바탕으로 서양인들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새로운 창작 작업이 지금부터라도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전시를 위해 인위적으로 꾸민 얄팍한 감각만을 추구하는 도자기가 아닌 실용적이고 예술적인 시대에 맞는 우리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내야한다.
우리 음식에는 독특한 민족정신이 들어있다. 그릇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신과 영혼을 우리의 그릇에 담아야함은 자연스런 이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주변에는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그릇이 판치고 있다. 이런 식문화를 고치지 않고는 우리 도자기를 세계인들이 알아줄 리가 없다.
1995년도부터 노원구에서 새로운 창작도예 시작
물레를 치지 않는 도예가들 전시회
25년 전 서울의 북부지역 변두리 노원구에 우리나라 도자기의 미래를 걱정하는 대학에서 도예와 동양화를 전공한 몇 몇 예술가들이 모여 ‘흙다지’라는 창작도예 모임을 만들었다. 오로지 맨손으로만 도자기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를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일본의 ‘기타오지 로산진’처럼 일체 물레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만을 고집해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20년 동안 10번의 동호인 전시회도 했다. 지난해 연말 12월 12일(목)부터 16일(월)까지 5일간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5층에서 ‘흙다지전’을 열었다. 11번째 전시회다. 이 모임의 중심에 지행 빈정경 작가가 있다. 지행 빈정경 작가는 현재 노원구 중계동에 ‘지행도자기공방’을 운영한다. 20년째다. 3년마다 3-4명만의 제자를 길러내 3번의 전시회를 통해 ‘사단법인 서울시미술협회’ 정식 작가로 입문시킨다. 벌써 그 숫자가 50명이 넘는다. 출품된 전시회 작품들은 한 점 한 점 오랜 시간의 실패와 땀을 거쳐 코일링 기법으로 쌓아 올린 아름다움의 정수이다. 국내 도예가 중 맨손으로 코일링 도자기를 만드는 작가는 매우 드물다. 코일링 도자기는 일부를 쌓고 마르기를 기다려 또 그 위에 다시 쌓아 올려야한다. 대작의 경우 한 점을 만드는데 적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3개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손으로 빚기 때문에 흙의 농도가 일정치 않아 구웠을 때 균열이 생겨 완성되는 작품 숫자가 적다. 고난도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선 2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코일링 도자기는 일반인에게는 낯선 분야로 생활 자기나 공예품을 만드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 “흙다지전”의 출품작들은 11회를 이어 온 수준 높은 예술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이번 전시회가 한국 도자기 산업의 발전에 큰 역할을 미치리라 기대된다.
지행 빈정경 작가는 누구인가?
도자는 종합예술이다. 다양한 장르에서 재료와 표현의 장을 넘나드는 예술가들은 모든 것을 완성한 이후 도자예술로 귀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피카소, 가우디, 샤넬, 로댕 등처럼... 작가 지행 빈정경도 이러하다.
그는 한국화로 시작하여 평면예술분야에 탄탄한 실력을 과시했다. 목마름이 있었다. 평면보다 입체 안에 우리 삶에 녹아드는 색채와 사물의 아이콘을 표현하고자 했다.
25년간 코일링 도자기를 천착해온 작가로, 코일링 도자기를 예술성 높은 창작도예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아름다움이 그리움과 함께 승화된 도자예술을 그는 갖고 싶어 한다.
“도예를 시작하며 나도 처음에는 남들처럼 물레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코일링 도자기를 접하게 된 후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실패를 거듭하면 할수록 힘들면 힘들 수 록 오히려 성공의 기쁨에 빠져드는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됐다. 처음 코일링으로 만든 꽃병은 이제껏 내가 보지 못했던 그 어떤 선보다 더 편안하고 가슴에 와 닿았다. 물레의 매끈하고 날렵함 보다는 코일링의 투박함이 더 마음을 끌어당겼다.”
그녀는 20년이 지난 이제야 코일링 작품은 숙련된 기술과 기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됐다고 한다.
<개인전>
제1회 2013. 6월 5일- 12일 이앙갤러리
제2회 2014. 7월 3일- 9일 캐피탈 호텔
제3회 2018. 6월 20일 –27일 인사아트홀
<글: 프리랜서 기자 남궁 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