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마을, 건강한 어르신, 서로에게 힘이 되는 이웃으로
로컬랩 동네발전소에서 우리 마을 어르신 우리 스스로 돌봐
‘우리 동네 어르신의 건강은 우리 스스로 돌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로컬랩 동네발전소 사업이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어떤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함께걸음 의료복지사회협동조합(이하 함께걸음)’의 강봉심 이사는 동네발전소에서는 단장의 역할을 맡았다.
강봉심 단장은 “2019년 서울시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의제해결형 프로젝트를 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함께걸음이 건강과 관련된 의제를 가지고 신청했고 선정되었다. 이후 2019년 9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년 2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사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의제해결형 프로젝트는 동네를 선정한 후 그 안에 들어가 주민과 조직, 전문가가 함께 동네에 필요한 것을 찾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어르신들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
강봉심 단장은 “그 중 함께걸음은 건강과 관련된 의제를 제안해 선정됐고, 협동조합 사무실과 가까우면서도 어르신이 많이 살고, 독거어르신의 비율도 높은 7단지에 들어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이 사업의 가장 큰 취지인 돌봄사업은 공공기관이 정책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조건이 맞아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노원구의 노인인구를 조사해보니 18%만이 제도권 돌봄영역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82%는 스스로 챙기거나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 예방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82%의 어르신들이 18%안에 들어가지 않도록 건강한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아팠을 때 연락할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가족이나 친구라고 대부분 대답했지만 가까운 곳에서 달려올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였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안에 위급한 상황일 때 달려와 줄 수 있는 지인들을 만드는 것이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친해지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함께 걷기, 치매쉼터, 우울관련 자조모임 등으로 서로를 돌보는 이웃 만들어
어르신들의 욕구조사를 해본 결과 걷기 등 운동 관련된 것이 가장 많았다. 혼자서는 지속성을 갖기가 어려워 5명의 어르신과 함께 ‘바르게 걷기’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걷기지도자인 조합원의 도움을 받아 1주에 2번씩 하다보니 어느새 30명이 되어 있었고, 다른 단지에서도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 그래서 지금은 대림아파트에서도 진행하고 있고, 걷기를 시작하기 전에 인바디 등을 통해 몸상태를 체크하고 6개월 후 다시 검사를 해보니 살도 빠지고 근골격계도 좋아지는 등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다. 코로나로 인해 걷기 프로그램을 쉬고 난 후 다시 체크해보니 수치가 제자리가 된 것을 보고 효과가 확실히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아파트에서 몇십 년을 살아도 가까운 이웃이 별로 없었는데 걷기를 통해 30명의 어르신들이 지인이 되어 친한 사람이 많아지는 효과도 같이 얻을 수 있었다. 또, 데이케어센터에 보내기엔 비용이 부담이 되어 하루 종일 치매환자를 케어하는 어르신을 위해 수용가능한 선에서 취매쉼터도 운영해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또, 우울증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을 통장의 추천을 받아 ‘해바라기’라는 모임도 만들어 신체 스트레칭, 전문강사와 이야기하는 시간, 야외 나들이 등의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고, 이 또한 우울척도 조사를 통해 의미있는 결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코로나가 심해져 걷기도 못했을 때에는 통반장님들에게 리더교육을 한 후에 오전에 통장 한 명당 어르신 3~4명이 모여 동화책을 읽거나 만들기를 하는 등의 소모임 활동을 진행하게 했다. 8월부터 11월까지는 이 방식으로 어르신을 만났는데 통장들도 자기 구역에 대한 책임감도 커지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기회를 가지는 등의 선순환효과를 가지게 되었다.
대림아파트의 경우 이 활동을 보고 노인정을 개방해 활동을 했고, 9단지의 경우도 하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해서 상황이 됐을 때 오시라고 한 상태다.
어르신만이 아니라 50~60대의 항암치료를 끝낸 분들도 회복을 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을 하는데 혼자하기는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있어 3명으로 시작해서 1주일에 2번 둘레길 걷기를 했다. 숲힐링을 하는 강사를 초청해 스트레칭, 운동, 명상 등의 활동을 같이 했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유방암 수술후 팔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했던 분이 팔이 잘 움직여진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봐서 같이 기뻐하기도 했다.
이런 여러 가지 활동 결과들을 모아 지난 11월 초에는 성과공유회를 진행했는데 50명 정도의 인원을 예상했는데 100여명이 모여 활동을 공유하는 것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다른 단지에서도 보러 왔는데 사업을 진행하면서 다른 곳에서도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일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어르신 휴센터로 새로 시작, 어르신 한 끼 식당 운영해 보고 싶어
어르신들의 호응이 좋으니 오승록 구청장도 아이휴센터처럼 아파트 단지마다 어르신 휴센터를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와서 올해 3월부터는 중계동과 같이 2곳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봉심 단장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신체도 건강해지고, 몸도 건강해져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한다.
상계10동의 경우 복지관이 없다. 대체로 복지관에서 반찬나눔 사업을 많이 진행하는데 어르신들도 건강에 대한 욕구 다음으로 반찬에 대한 욕구가 많았다. 그래서 통장이 집에서 직접 반찬을 만들어 나누는 사업을 7단지 6가정을 추천받아 진행했는데 올해 사업에서는 이 부분을 확대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어르신들이 직접 반찬을 해먹기에는 힘에 부치기도 하고, 혼자 먹으면서 음식을 정성껏 만들기도 힘든 상황이라 노인정을 개방할 수 있다면 2천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저녁 한 끼 식당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의 어르신을 잘 모시려면 그 역시 마을이 움직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동네발전소는 어떻게 우리 동네 어르신과 함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보여주고, 지속적으로 그 여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올바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시작하는 사업도 어르신과 함께 하는 동네, 마을이 다같이 건강해지는 동네 만들기를 위한 즐거운 여정이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윤은자 기자 yej388@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