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돈을 빌릴 때 자기 집을 담보로 제공한 사람의 최후
김세영 법무사(한국임대차보호법 연구홍보원 원장)
필자가 종전에 경매계장을 하면서 보니, 보증 한 번 잘못 서서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음에 놀랐다.경매사건기록(정식명칭은 ‘민사집행사건기록’임) 표지를 보면 사건번호, 사건명, 채권자, 채무자 그리고 소유자 이름을 기재하는 난이 각각 있다.
사건번호는 당해 법원에 경매신청 된 차례로 연도와 사건부호 ‘타경’ 그리고 고유번호로 아라비아 숫자로 구성되어 어떤 사건을 지칭하여 특정시키는 기호이다.
사건명은 부동산임의경매 또는 부동산 강제경매인지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강제경매는 오로지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서만 경매가 진행된다.
부동산임의경매는 때로는 채무자가 아닌 제3의 부동산이 경매되는 예도 있다.
채권자는 돈을 빌려준 사람이고, 채무자는 돈을 빌려 쓴 사람이다.
그럼 소유자는 누구인가?
지금 경매 붙은 부동산의 소유자를 말하는 데에는 소유자를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한 경우는 채무자가 자기 부동산을 담보로 넣고 돈을 빌려 쓴 경우이며, 이럴 때는 채무자 겸 소유자라고 한다.
또, 한 경우는 돈은 채무자가 빌려 썼지만, 담보는 다른 사람의 부동산을 담보로 잡힌 경우이며, 이럴 때는 채무자와 소유자가 다르게 된다.
남이 돈을 빌려 쓰는 데 자기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사람을 물상보증인이라고 한다.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이 경매될 때 가장 애통해하는 사람은 바로 이 물상보증인이다.
채무자 겸 소유자인 경우 빌린 돈을 유용하게 썼든, 낭비했든, 사기를 당했든, 돈이라도 만져보고 또한 어느 정도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상태에서 부동산을 잃게 되는 것이니까 그 충격이 물상보증인에 비하여 다소 덜하다고 할 것이다.
물상보증인의 경우에는 돈은 구경도 못 하고 잘해야 술 한 잔, 케이크 하나 정도의 사례를 받았거나, 아니면 그냥 말로 고맙다는 한마디의 치하 받은 게 고작이었을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호인이라는 평판과 함께~.
그러나, 일이 잘못되는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물상보증인인 소유자에게 밀어닥쳐서 후회와 회환, 가슴을 찢는 고통이 뒤따라오게 된다. 그 제공된 담보가 부모, 처자식과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인 경우는 그 고통의 강도는 더할 나위 없이 망연자실하게끔 크게 닥쳐온다.
담보를 잡히고 남의 돈을 빌려 사업이나 기타의 용도로 쓸 때 처음부터 빚을 갚지 않고 경매당하려고 마음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기꾼을 제외하고는)
처음의 출발은 누구나 확신에 찬 계획으로 잘되려고 하는 것이다.
채무자가 성공하는 것이 물상보증인에게도 그 호의에 진정으로 보답하는 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이 잘 안되어 틀어지는 상황이 되는 데야 어찌하겠는가?
‘사람이 거짓말을 하려고 해서 하냐? 돈이 거짓말을 하지!’라는 속어도 있듯이 다 잘되려고, 잘되라고 빚도 내고 보증도 서고 하는 것이지 망할 욕심으로 빚내고 보증서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보증이 그렇게 위험하다면 보증 안 서면 되지 않겠느냐?’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인간사가 또 그렇게 뜻대로 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어떠한 연고이든 자기 사는 집을 담보로 제공할 때에는 최소한 그 당시에서만큼은 피치 못 할 사정이 나름대로 있는 것이다.
나중에 망한 뒤에 거슬러 올라가 되짚어 보니 보증선 것이 통한스럽게 느껴지는 것이지, 사실 잘되면 보증만큼 인간적이고 경제적으로 남을 도와줄 방법도 없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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