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차 공격
금융기관 현황조사 뒤 임차인 전입 사례
김세영 법무사 ▶한국임대차보호법 ▶연구홍보원 원장
금융기관 등에서 담보대출을 하기에 앞서서 담보물이 주택, 아파트, 연립, 다세대 등 주거용일 때 당해 주택에 누가 거주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실지 조사를 하게 된다.
방의 개수와 임차인이 몇 세대가 있는지를 실지 현장방문을 통하여 조사하고 나아가서 그 지번 호수로 되어있는 주민등록상황을 세대열람을 통하여 점검함으로써 담보물의 담보가치평가에 오류가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이 철저한 조사에도 문풍지 사이로 바람 빠져나가듯 소용없게 되는 예도 있다.
현장조사와 저당권설정 및 대출실행 사이에는 아무래도 시간적 간격이 있기 마련인데 현장조사 직후와 저당권설정 직전 사이에 대항력 및 확정일자가 있는 임차인이 발생하여 채권자가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필자가 모 금고에 새벽 강의를 하러 갔을 때, 강의를 끝내고 질문시간이 되었는데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했다.
“현장조사 시에는 분명히 실제로나 주민등록상으로 임차인이 없었는데 나중에 채권 회수가 안 되어서 경매를 넣었더니 확정일자가 있는 선순위 임차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당 부분 채권 회수를 못 한 적이 있는데 이런 것은 어떻게 막는 방법이 없습니까?“
“말하자면 배구경기의 시간차 공격을 당한 셈이군요.”
필자가 응수하자 모두 소리 내어 웃었다.
그때 강의 주제가 ‘경매절차에 있어서 임차인의 지위’였었는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그분의 질문이 강의 핵심 중에서 하나를 짚은 질문이었다.
채무자의 채무면탈에 가까운 저의가 보이지만 있을 수 있는 경우이다.
보통 금융기관에서 현장조사 후 대출까지는 3~4일간의 시간적 격차가 있다.
현장조사로 양호하다는 판정이 나고 결재에 올려 대출 승낙이 나고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급한 경우에는 위임받은 법무사가 등기소에 근저당권설정등기 신청서를 제출하고 접수번호가 나오면 그 접수번호를 유선으로 금융기관에 통보하면 기표를 하여 대출을 실행하는 때도 있다고 한다.
채무자의 시간차 공격을 모면하려면 접수번호가 나올 때(반려될 사항도 없고 등기될 것이 확실한 때) 곧바로 기표하여 대출실행을 할 것이 아니라 그 시점에서 당해 담보 부동산의 지번 호수에 임차인의 주민등록이 되어있는지를 재차 세대열람으로 확인하고 이상이 없을 때 비로소 기표하고 대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대출약관에 현장조사 시로부터 대출 시 사이에 임차인의 상황에 변동이 있는 경우는 대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삽입하여 이러한 시간차 공격의 시도를 애초에 봉쇄하는 블로킹을 거는 것이 최상의 방책일 것이다.
누차 하는 이야기이지만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신뢰를 무너뜨리는 상대로부터 불측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예방함이 최선의 취할 방도라 하겠다.
따라서, 위와 같은 시간차 공격의 피해를 방어하자면 채무자의 불순한 의도를 사전에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 장치는 현장조사와 대출 시점과의 시차를 줄이고, 저당권설정등기 시점에서 다시 한번 세대열람 등을 통하여 임차인현황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때 임차인현황이 변동되어 처음의 담보가치를 현저히 하락시켜 채권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대출을 중단하고 추가 담보를 확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비단 금융기관 대출뿐만 아니라 개인 간의 거래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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