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떼려다 혹 붙인다
대항력 있는 주택 유입의 위험성(1)
김세영 법무사 ▶한국임대차보호법 ▶연구홍보원 원장
채권자가 채무자에게서 돈을 빌려줄 때 물적 담보를 잡았다 해서 채권확보가 안전하게 되는 것만은 아니다.담보를 잡은 시점과 경매를 붙이는 시점 사이에 담보물건 가치의 허락이 있을 수도 있다.
담보가치가 허락되는 데에는 경기가 침체하여 부동산 가격이 내리는 때도 있고, 특별히 그 담보물건에만 특별한 사정(건물의 하자, 임차인 입주 등)이 있어 애초의 담보가치보다 하락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는 경우 특히 금융기관에서는 그 담보물권이 제3자에게 매각되어 버리면 그 채권을 확보할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그 매각되는 담보물건을 스스로 사는(유입)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때 선 순위 임차인의 존재 등 낙찰자가 부담하는 사항을 간과하게 되었을 때, 조금이라도 만회하려고 유입한 것이 오히려 남의 채무를 얹어서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사례 이야기)
모 은행의 K 대리는 최근에 관리부로 부서를 옮겼다.
관리업무는 처음이라서 연수원에서 다 배운 것이지만 갖가지 법률용어와 절차가 산뜻하게 뇌리에 와서 박히지 않았다. 그 말이 그 말 같았고, 왜 그러한 절차와 서류가 필요한지 아직 감이 잡히질 않았다.
관례상 법원 출입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여간 거북살스러운 업무가 아니었다. 경매 붙인 사건에 관한 채권계산서를 내고 배당을 받아오는 것이 주요 업무인데, 부수적으로 각종 보고업무가 따라붙었다.
법원에 비치된 경매기록을 열람하여 집행관의 임대차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 등을 일차적으로 조사 보고하고, 수시로 각종 채권자의 권리신고와 배당요구서, 채권계산서 등의 현황을 조사하여 은행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액수를 예측하는 자료로 삼기 위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만약 최저입찰가가 대출 당시 장부가격 이하로 내려가면 유입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일시적 부동산 경기침체일 경우 일단 유입하여 보유하고 있으면서 이자 및 제 경비를 포함한 가격에 일반인에게 재매매를 하는 것이 채권확보에 더욱 유리할 수 있으므로 유입 여부의 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일단 유입 지시가 떨어지면 담당 직원의 책임하에 장부가격과 같거나 그 이상의 수준에서 유입하는 것이 상례다.
K 대리는 경매계장에게 부탁하여 경매기록 열람을 면밀하게 하고 유입 결정을 받아 입찰에 응했다.
낙찰은 다른 응찰자가 없어서 예정가격대로 받을 수 있었다. 그 정도 유찰된 물건이라면 한두 명쯤은 경쟁자가 있을 수 있는데 아무도 응찰자가 없는 것이 다소 의아하기도 했지만, 목적대로 낙찰받은 것에 더 안도하는 바람에 재차 신경을 쓰지 못하고 경매법정을 나섰다.
이튿날 K 대리는 아직 경매절차에 관하여 확실한 경험이 없기에 법원 경매계에 가서 대금납부기일이 언제이며, 받을 채권과 상계하여야 하는 데 그 절차는 어떠한지를 물었다.
경매계장은 의아한 눈빛으로 K 대리를 바라보며 의외의 말을 했다.
“이거 샀어요? 잘 알아보고 샀는지 모르겠네.”
“무슨 말씀인지요? 제가 기록을 잘 보았는데 이상한 점은 없던데요.”
“글쎄 기록 말고 현지답사는 해보았어요?”
“현지답사요? 여기 임대차현황 조사서에 현지 답사한 내용이 있는 거 아닙니까?”
“이 사람, 아직 멀었군! 여기 임대차현황 조사보고서에 임차인 미상인 것이 하나 있잖아. 이걸 조사해 봤냐 이 말이지.”
경매계장은 K 대리가 신출내기인 것을 알고 늘 친절히 대해 주었다. 그런데 오늘 그 물건을 샀다니까 현지답사를 했느냐고 다그쳐 K 대리는 당황했다.
K 대리는 현지답사는 하지 않았다.
지리도 잘 모르고 먼저 대출 당시의 조사서에도 이상이 없고, 법원에 비치된 임 대차현황조사서도 있는데 새삼스럽게 현지답사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미상’이라는 표시가 의문이 가기는 했지만 별 것 아니라고 지나쳐 버렸지 그걸 찾아가서 확인해야 하는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경매계장은 K 대리에게 자세히 설명하여 주었다.
“이 미상이 사람 잡아! 지금 한번 다시 조사해 보라고. 대출 당시 조사서에 멀쩡히 ‘임대차 없음’이라고 되어 있어도 임차인이 생기는 수가 있어.
그것도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말이야! 소위 시간차 공격이라는 것이지.“
K 대리는 화들짝 놀라서 그 길로 현지에 가서 조사했다.
아닌 게 아니라 임차인 한 사람이 선선히 조사에 응하면서 임대차계약서와 주민등록등본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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