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가 좋을 때 서류를 잘 챙겨야 한다”
<사례 이야기>
갑과 A는 한 동네에서 10여 년 동안 이웃으로 친하게 살고 있었다. 한편 A는 동네에서 신망을 얻어서 계원이 20여 명이 되는 계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A가 갑을 찾아와서 이번 달에 C가 계를 탈 차례이고, 다음 달에는 자기가 탈 차례인데 인데, 자기가 급한 일이 있어서 C가 탈 곗돈을 썼다는 것이었다.
다음 달에 자기(A)가 계를 타니, 그때 갚을 터이니 3천만 원만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갑은 마침 적금이 만기가 된 것이 있던 터라 빌려주기로 하였다.
A는 C의 계좌 번호를 적어주면서 “ 내가 받아서 C에게 주는 것이 번거로우니 C의 계좌에 직접 넣어주면 고맙겠다. C에게는 내가 말하겠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갑은 A의 말대로 C의 계좌에 3천만 원을 입금했다. A는 고맙다고 하면서 다음 달 곗날에 꼭 갚겠다고 하였다. 갑은 믿는 처지라 “알겠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다음 곗날에 A가 나타나지를 않았다. 계원들이 여기저기 수군거렸다.
A가 여기저기 많은 빚을 지고, 이리저리 틀어막다가 터져서 야반도주를 하였다는 것이었다. 갑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갑은 A와 계원 중에서 누구보다도 친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럼 내 돈은?
갑은 C를 따로 불러내어 “지난달 내가 입금해 준 돈, 내게 돌려줘야 해”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C는 “무슨 소리야? 그 건 A가 내가 탈 계 돈으로 준 건데! A가 한 말 녹음도 되어 있어!”라고 반박했다.
C는 “입금 인은 갑의 이름으로 되어 있지만, 분명히 A가 내가 이달에 탈 계 돈을 입금한다면서, 입금 인은 갑의 이름으로 들어간다고 했다는 녹음이 있다”라고 거듭 주장하였다.
A는 도망하였고, C는 계 탈 돈으로 입금받았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고 강력히 말하니, 갑은 답답한 마음으로 법무사를 찾아갔다.
<김세영 법무사의 상담 요약>
1. 갑과 A, 그리고 C 간의 법률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3자 간의 행위 요약-갑은 A에게 3천만 원을 빌려주었고 A는 그 돈으로 C에게 곗돈을 태워주었다.
2. 이 사안에서 원칙적으로는 갑은 A에게 차용증서를 받고, A의 계좌에 대여금을 입금하였어야 한다.
3. 갑이 A의 지시로 C의 계좌에 A에게 빌려주는 돈을 직접 입금했다 해도 갑이 C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는 될 수 없다.
4.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갑은 A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하여야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경우이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금전 거래에는 아직 사이가 좋은 때 거래에 따른 서류를 제대로 갖추어 놓은 것이 정말 중요하다.
[판례]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 상대방의 지시 등으로 급부 과정을 단축하여 계약 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계약 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급부가 이루어질 뿐 아니라 그 상대방의 제3자에 대한 급부로도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계약의 일방 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받았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다46730 판결]
(법률용어의 정리)
부당이득-법률상의 원인 없이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얻는 이익이다. 부당하게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에 의하여 재산적 이익을 얻고 이로 말미암아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자에 대하여 이익의 반환을 명하는 제도(민법 741조)로서 법률요건의 하나이다. 이러한 경우 이득자는 원칙적으로 손실을 받은 자에 대하여 이익을 반환하는 의무를 진다.
제6회에는 “신년특집 ‘임차인 보증금반환청구제도 개선 제안’”이 게재됩니다. |
